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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도시재생과 공공디자인 3. 통영 폐조선소

 한때 조선업으로 번성했던 통영의 폐조선소는 산업 구조의 변화로 문을 닫은 후, 오랫동안 도시의 흉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은 ‘통영 리스타트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폐허와 같던 산업 공간이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지구로 변모한 중심에는 ‘공공디자인’이 있었다. 공공디자인은 조선소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감성과 안전성을 더하는 작업이었다. 이 글은 통영 폐조선소 재생 프로젝트에서 공공디자인이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했는지를 분석한다.

 

1. 과거의 폐조선소: 통영 경제의 상징에서 쇠락의 상징으로
통영은 남해안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수십 년간 지역 경제를 떠받쳐 온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이 부지는 그대로 방치되었다. 거대한 철 구조물, 녹슨 배, 깨진 유리창은 도시의 중심에서 외면받는 공간이 되었고, 범죄 우려까지 불러일으켰다. 바로 이곳이 도시 재생의 핵심 대상이 되었다.


2.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문화와 산업의 재결합
통영시는 ‘조선업의 기억을 지우지 않되, 새로운 문화를 입히는 것’을 목표로 재생을 추진했다. 단순히 철거하고 신축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조선소의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공공디자인을 통해 공간의 정체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3. 주요 공공디자인 요소
• 산업 유산 보존형 디자인: 폐 크레인, 선박의 철제 부품 등을 그대로 남기고, 조형물로 재해석하여 관람 동선에 배치
• 시선 유도 디자인: 조선소 내부를 산책로와 전시장으로 전환하면서 바닥 색상을 통해 이동 방향을 자연스럽게 유도
• 안전 디자인: 녹슬고 위험했던 구조물에 LED 조명과 투명 방호 유리를 설치하여 야간에도 안전하게 관람 가능
• 스토리텔링 디자인: 조선소 근무자의 실제 이야기와 사진을 QR코드와 함께 안내판으로 구성


4. 공간 활용의 변화: 폐공간에서 다기능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제 통영 폐조선소는 ▲전시 공간, ▲공연장, ▲교육 워크숍 공간, ▲해양문화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공공디자인은 이 기능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도, 방문자에게 ‘하나의 스토리’를 경험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장소가 아닌, ‘공간 경험 콘텐츠’로서 가치를 높여주는 디자인 전략이다.


5. 지역 사회와의 연결
공공디자인 프로젝트에는 지역 예술가와 청년들이 함께 참여했다. 페인트칠 하나, 표지판 문구 하나에도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었고, 이는 공간의 소속감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조선소에서 근무했던 퇴직자들이 안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장소에 대한 애정을 새로운 세대와 공유하고 있다.

통영 폐조선소는 공공디자인을 통해 ‘쇠락한 산업 유산’을 ‘관광과 문화의 거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는 도시재생의 교과서 같은 사례이며, 기능성과 스토리, 안전과 감성까지 균형 있게 구성된 디자인의 힘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