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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도시재생과 공공디자인 1. 성수동 수제화 거리

 성수동은 오랫동안 공장과 수제화 제작소가 밀집한 산업 지역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간은 낡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졌지만, 최근 몇 년간 성수동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공공디자인이 있었다. 낡은 간판을 바꾸고, 회색 골목에 생명을 불어넣은 벽화가 등장했으며, 방문객의 동선을 고려한 안내판과 휴식 공간이 설치되었다. 이 글은 성수동 수제화 거리의 공공디자인이 실제로 어떻게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지역 경제에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1. 과거의 성수동: 수제화의 심장이자, 잊힌 거리
성수동은 1970~90년대까지 대한민국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다. 좁은 골목 안에는 작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었고, 장인들의 손길로 완성된 수제화가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산업구조가 바뀌고 대기업 중심의 유통망이 자리 잡으면서, 성수동은 점차 낡은 동네로 잊혀갔다. 이 시기에 성수동은 도시 재생이 절실한 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


2. 공공디자인을 통한 첫 번째 변화: 골목의 재해석
서울시는 성수동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제화 거리를 '창조문과 거리'로 변화시키는 계획을 추진했다. 그 핵심은 '공공디자인'이었다. 기존 골목의 회색 벽에는 밝고 따뜻한 톤의 벽화가 더해졌고, 수제화 장인들의 손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었다. 골목마다 LED 조명을 추가하고, 디자인 간판으로 통일함으로써 상표 인지도를 개선했다. 단순한 미관 개선이 아니라 ‘기억을 되살리는 디자인’이었다.


3. 휴식과 체험 공간으로의 재구성
수제화 거리에는 방문객이 직접 앉을 수 있는 벤치와 쉼터, 수제화를 시험으로 착용해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 마련되었다. 공공 벤치는 지역 아티스트가 제작한 작품형 디자인으로 제작되었고, 정보 안내판에는 수제화 제작 과정, 지역 역사까지 안내하는 QR코드가 삽입되었다. 이와 같은 디자인은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데 기여하였다.


4. 지역 상인과의 협업
디자인은 일방적인 시가 아니라, 실제 거리에서 일하는 수제화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행되었다. 골목 디자인에 참여한 장인들의 인터뷰는 디자인에 정체성을 부여했고, 그 과정 자체가 지역 커뮤니티의 결속력을 높였다. ‘나의 작업장이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는 상인의 반응은 공공디자인이 단지 공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


5. 변화 이후의 결과
공공디자인 프로젝트 이후 성수동은 20~30대 청년층에게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SNS를 통해 벽화, 사진 명소, 독특한 간판들이 공유되었고, 이에 따라 관광객 유입은 연간 30% 이상 증가했다. 수제화 브랜드의 온라인 매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으며, 거리 내 신규 창업도 활성화되었다.

 

성수동의 공공디자인은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니라, ‘기억’과 ‘문화’를 시각적으로 복원한 사례다. 도시 재생에서 공공디자인이 얼마나 강력한 변화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향후 다른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도 중요한 참고 사례로 평가받는다.